상처뿐인 2017 펠트 평창 그란폰도.

어쩌다 보니 팀 동생들이 같이 가재서 신청하게 된 펠트 평창 그란폰도.

전날 좀 일찍 가서 휘닉스파크 콘도에서 방 잡고, 치맥과 지로 시청으로 즐거운 밤을 보냈다.
당일 아침은 7시 좀 안되서 일어나서 빵먹고 준비하고, 출발지인 봉평으로.

나는 요새 몸이 좀 올라온 것 같아서, 최대한 빠른 기록을 내고, 집에 일찍 가는걸로 목표를 삼았고.
(집에 일찍 가야, 다음날 대전 라이딩이 가능했다 ㅠㅠ)
동생들은 그란폰도 근호씨, 형근이 등 다른 사람들 완주를 도와주기로 했다.
(결국은 팀복 입고 외톨이 라이딩 ㅠㅠ)

좀 지루한 출발 행사를 끝내고 첫 업힐인 보래령 터널을 향한다.
그룹이 벌써부터 찢어지길래, 앞 그룹으로 이동하느라 힘을 써서 좀 손해를 본 듯 하다.
그래도 다행히 본격 업힐 시작하기 전에 선두그룹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

보래령이 시작되고 경사가 올라가자 A.One팀과 수티스미스 외 몇 명이 페이스를 올린다.
벌써부터 260W 정도가 나온다. 이거 150km 코스 생각하면 조금 오버 페이스 같은데?
하지만 따라갈 만은 해서 일단은 선두그룹과 같이 보래령은 넘었다.

다음은 운두령. 서울시청 선수 둘과 A.One팀이 트레인을 형성해서 꽤 빠른 페이스로 오른다. 다른 사람들은 붙어는 가지만 조금씩 찢어지는 그룹...
태기산에서 쓸 힘을 남겨놔야 된다고 판단하고 페이스를 슬쩍 낮춰서 230W정도로 하고, 앞 사람들과 거리 유지하며 운두령을 오른다.
스템만 보고 가자.

운두령을 다 오르니 보급소에서 1그룹이 이미 내려가고 있다. 쩝.
물은 여유가 있었지만, 아침을 그리 잘 먹지 못해서 바나나 등과 보급식을 좀 챙기고 다운힐을 시작한다.
앞서가는 팀 에어로의 277번 (오정우)을 다운힐에서 잡고 평지구간을 교대로 돌려가다 보니 뒤에서 수티스미스가 주도하는 팩이 다가오길래 합류해서 쭉쭉 달린다.

세 번째 업힐 신약수로. 나는 일정한 파워로 오르는데 치즈 사이클 져지 입은 66번(윤진찬) 과 팀 에어로 사람이랑 조금씩 벌어진다. 하지만 의외의 급경사 구간이 있다. 여기서 도로 갭을 줄이고 다운힐에서 합류.
이제 평지구간이 꽤 길기 때문에 무리안하고 뒤에서 오는 수티 팩을 기다려서 함께 평지를 달린다.
어딘지는 모르겠지만 앞쪽 구간의 다운힐인 듯

모릿재 터널 전에 2보급소에서 물과 보급식을 충분히 먹으려 하는데, 아까 팩에서 두 명 정도는 먼저 떠나버렸다. 하지만 업힐에서 철인 수트 입은 사람은 잡았고, 이후 평지구간에서 다시 열심히 돌린다. 하지만 이제 슬슬 못 버티는 사람이 생기는 듯. 쥐 나는 사람 페이스 맞춰서 오버하지 않고 평지를 순항한다.

이제 여우재/문재 콤보가 다가온다. 업힐이 시작되자 팩이 찢어지고 팀 에어로 분이랑 둘이서 튀어나온 상황. 어차피 문재까지 넘고 나면 둘 만 남을거 같길래 같이 가면 되겠다고 생각하던 참에 갑자기 푸쉬쉬~

실런트가 튀어나왔지만 메꿔지지를 않고, 꽤 깊게 찢어졌다 망함.
하지만 타이어 떼고 튜브 넣고, CO2 터뜨려서 금방 복구했다. 나중에 로그 보니 11분 걸렸네.
그동안 튜블리스 타이어 떼고 붙이기를 숱하게 했던 보람이 있네 -_-;;
찢어진 부위로 계속 실런트가 새어나온다.

타이어 벗기고, 튜브 넣고, 혹시 몰라 비닐조각으로 보강하고 CO2 터뜨리니 복구~

튜브 가는 사이에 20명 넘게 지나간 듯 하다. 하지만 여우재 오르면서 하나 둘 잡아내고. 문재에서도 5,6명 잡아내며 계속 앞으로 나간다.
아까 팩에서 힘들어하던 수티스미스 사람들은 잡아냈지만, 팀 에어로 사람은 안보인다. 역시 아까 같이 갔으면 꽤 벌렸을 수 있을거 같은데 ㅠㅠ 아쉽다.

문재 터널 지나서 4 보급소 가기 전 이름없는 업힐이 꽤 강하다 -_-;; 하지만 사람들 몇 명 또 추월하고 낙타등 구간은 TSC팀 3명과 로테이션 돌리면서 보급소로 향한다.

그런데 갑자기 갈림길에서 TSC 사람들이 화살표가 없는 방향으로 간다. 나는 그나마 로그를 띄워놔서 대비하고 있었는데, 저리로 갈 줄이야. 서둘러 소리쳐서 왼쪽으로 도는데. 방향 돌리느라 속도가 줄자 마자 업힐이 나오면서 팩이 산산조각 난다.

결국은 솔로잉으로 낙타등을 넘어 4 보급소 도착. 이제 태기산만 남았다. 자전거를 눕혀놓고 물 한 통 채우고 바나나, 쵸코파이, 샌드위치, 커스타드 종류별로 다 섭취한다.

먹다보니 사람들이 계속 오는데, 출발하려면 멀은 듯 해서 먼저 일단 슬슬 출발한다. 둔내 지내서 태기산쪽을 향해 가니 법무법인 국민 팀 두 분이 와서 세 명이서 태기산 입구까지는 간다.
가면서 잡담을 하는데, 왜 혼자 왔냐고 하시길래. 다른 사람들은 완주 목표인 사람 도와준다고 설명을 ㅠㅠ 팀복입고 혼자 타니 좀 뻘쭘한 구석이 있는 것 같다.

태기산이 본격 시작하면서 다시 혼자 오른다. 급경사는 없지만 은근히 계속 오르는 타입의 업힐이다.
200W 정도를 목표로 삼고 오르는데, 나중에 보니 23분 동안 190W로 올랐네.
정상 부근을 가니 사진찍는 분들이 다들 계신다. 다양한 포즈를 취해가며 태기산 정상 통과.
정상은 풀 파워 댄싱으로!

다운힐은 어제 답사를 와 봤기 때문에, 공사구간만 조심하면서 슉슉 내려가고, 휘닉스파크를 지나서 봉평으로 내려간다.
봉평으로 진입해서 가는데, 뭔가 마을 도로를 이리 저리 꼬아놨다. 아 언제 끝나나 하면서 미지근한 내리막에서 속도를 내서 가는데.
과속 방지턱에서 갑자기 쾅 소리가 나며 핸들을 놓쳐버렸다. 균형을 잡아보려 잠깐 노력했지만 결국 핸들은 털리고 와장창...
나중에 듣자하니, 거기서 많은 낙차가 있었다고 한다. 과속방지턱에, 도로 파인데 까지 복합적으로 있었던듯.

떼구르르 구르며 머리에도 충격이 왔었지만, 헬멧이 잘 막아준 듯 하다. 천천히 앉아서 상태를 살펴보니... 여기 저기 안 까진 데가 없다. 그래도 어디 부러진 데는 없는 듯 하니 다행.
자전거는 양쪽 레버가 다 돌아가 있고, 스템도 미묘하게 돌아가 있고, 와후 엘리먼트랑 고글은 날아가 있고..(형근아 미안하다~) 체인 끼우면서 보니 뒷드 행어도 휘어있다.
그래도 대충 굴러는 가길래, 골인 지점으로 천천히 향한다.

너덜너덜...

근데 메디오 폰도 끝난 사람들이 피니쉬 지점에서 미적대고 있다. 속도 내서 들어갔다간 큰 일 났을 듯.
너덜너덜한 상태로 센서 지나고 나니 옆에서 누가 슝 지나간다. 에헤이 위험하게...

기록이고 뭐고 다 귀찮은 상태에서 의료진을 찾았지만 별도 지원은 없고, 가까운 병원을 가라고.. 하아... 그래도 가까운 거리라서 자전거 슬슬 타고 그냥 가서 소독 받고 드레싱 재료 받아서 바로 차로 올라갔다.

기록은 5시간 31분 56초.
펑크로 멈춘 시간이 11분, 낙차로 멈춰있던 시간이 2분. 팩 놓친 손해랑, 낙차후 천천히 간 시간 다 생각하면 몇 분을 줄일 수 있었을까. 5시간 10분대는 할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서울시청팀 A조는 6시간 페이스 메이커 한다던데. 5시간 언더 찍어버렸다 완전 속았네 ㅋㅋ

댓글

가장 많이 본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