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마모뜨 참가 후기(4)

7/4 드디어 마모뜨 당일이다.
6시 일어나서 오트밀이랑 우유랑 데워먹고, 잠봉과 치즈로 샌드위치도 만들어 먹고 하면서 준비를 한다. 배번은 어제 달아놨고, 물이랑, 먹을거도 챙겨놨고.. 날씨가 덥다는 예보가 있어서 입을 거는 따로 준비 안했다. 원래 출발은 7시 부터지만, 4000번 이후 배번은 7시 50분 부터길래, 좀 느긋하게 준비를 할 수 있다.
7시 좀 넘어서 일단 차로 내려간다. 내려가는 사람들이 제법 있네. 알프듀에즈 초입에 도착하니 7시 40분 좀 안됐고, 마을 들어가는 로터리 지나니 벌써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조금씩 조금씩 줄이 움직이고, 사람들을 헤치며 앞으로 가는데, 길가에서 볼 일 보는 사람들이 참 많다. 그리고 이탈리아 사람들은 왜이리 시끄러운지... 예전에 가 본 적도 없는 부르드와장 뒷골목을 이리 저리 뺑뺑 돌다 보니 8시 다되서야 출발 게이트를 지날 수 있었다.
알몽쪽 길로 가는데, 뒷그룹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속력을 안내준다. 좀 답답하지만 여기서 체력을 낭비할 순 없으니, 그냥 흐름 따라서 천천히 가는 수 밖에. 좀 가다가 우회전 하며 알몽 댐 쪽으로 올라간다. 알몽 댐 지그재그 길에 들어서니 앞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있는지 눈에 좀 들어온다. 댐 위로 향한 길 가득 사람들이 올라가고 있고, 그 앞으로도 한참이 있었다. 물론 나 뒤에도 계속 사람들이 오고 있고.
댐 오르고 호숫가를 따라 좀 가다가 EDF(프랑스 전력공사) 전시관을 지나며 업힐이 시작 된다. 여기는 골짜기 지역이라 아직 해가 안들고 적당히 서늘한게 달리기 편하다. 하지만 제법 경사가 꾸준하게 있는 곳이다. 혼자 답사 왔을때는 파리들이 돌아다녀 귀찮았는데, 다른 사람들이 많으니 나한테 안붙어서 편하네 ㅎㅎ. 조금씩 사람들을 앞질러 나가기도 하고 추월 당하기도 하면서 Le River 마을 까지 꾸준한 오르막을 오른다.
마을 지나서는 잠깐 평지고 내리막이 있지만, 답사에서 봤지만 여기서 잠깐 골짜기로 내려가고 부터가 진짜 게임 시작이지 ㅎㅎ. 헤어핀을 좀 지나고 나니 급 오르막 시작이다. 이제는 군데 군데 햇살이 들지만 아직 그렇게 뜨겁지는 않아서 수월하게 오를 수 있다. 근데 슬슬 속이 허전하네. 파워바랑 젤을 하나씩 빨았지만, 30km는 지나야 글랑동 정상이고 보급을 받을 수 있는걸로 아는데... 앞으로 보급 지점은 지나치지 말아야 겠다고 다짐을 한다. 꾸준한 경사를 오르다 보니 어느덧 상부댐(Le lac grand maison)이 보인다. 댐 옆의 헤어핀을 오르고 나니 좀 경사가 덜해지고, 이제 수목 한계선을 넘어서서 멀리 봉우리 끝이 보이기 시작한다. 호숫가로 약간의 내리막을 즐기고 나니 다시 오르막, 그리고 글랑동 바로 밑의 식당에서 좌회전을 하고 나니 계측지점이 있다.

Marmotte  5 Marmotte  6 Marmotte  4

글랑동 내리막은 위험하다고, 비계측 구간이 있는데, 계측구간을 지나니 보급 장소에 사람이 너무 많아, 줄조차 보이지가 않는다 ㅠㅠ 그래도 어찌 어찌 자전거를 눕혀놓고 물통을 가져서 어디 줄을 서는데, 다행히 파워바에서 나오는 음료수 줄이었다. 워낙 사람들이 많다 보니, 커다란 보충제 물통에 물통을 통째로 담궈서 채워주는 모습을 볼 수가 있었다. 일종의 문화 충격을 ㅋㅋ 하지만 나중에 그 여파로 물통이 끈적끈적하더라 ㅠㅠ.

Marmotte  13

시원한 알프스 산자락의 경치를 보며 글랑동 내리막 시작. 적당히 속도를 내면서 가는데 사람들이 느리다. 유럽 사이클리스트 다운힐도 별거 아니네 ㅎㅎ. 근데 가드레일도 없는 산자락 길을 휙휙 내려가다 보니 재미는 있었다. 다운힐만 40분 가까이 하고 나니 마을이 나와서 잠깐 한숨 돌리고 나니 저쪽에 계측지점이 나타나 바로 앞에서 잠깐 쉬고, 화장실도 다녀오고 하면서 몸을 풀었다. 적당히 쉬고 나서 계측지점 지나면서 다시 시작~. 생장 모히엔느쪽 고속도로 옆 길로가는걸로 알고 있었는데, 가다보니 갑자기 마을쪽으로 들어가며 오르막길이 시작이다. 근데 이게 뭐냐, 웬 바위절벽가에 헤어핀 오르막이 계속 이어지고 거기로 사이클리스트들이 꼬물꼬물 올라가는게 끊임없이 보인다 ㅎㄷㄷ.

IMG 1482

바위 사이로 계속 헤어핀이 이어지는데, 짧은 알프듀에즈 느낌이라, 바로 발 밑에 반대편으로 움직이는 사람들이 보이고, 그 밑이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사람이 또 보인다. 여기가 Col du Mollard 앞에 쪼그맣게 나와있던 언덕인가? 나중에 다시 찾아보니 이번 뚜르 코스에도 포함되어 있는 Lacets de Montevernier였다. 근데 예상 못한 높이를 한참 올라간다 -_-;;
올라가다 보니 어느정도 능선에 올라와서 마을이 나왔고, 물 보급 받는데가 있어서 물을 좀 채우고 다시 고고씽. 약간 산 능선 길로 오르막 내리막을 좀 하다가 다시 고속도로 옆길로 내려왔다. 생 장 모히엔느 표지판이 보이면서 이제 슬슬 긴 오르막이 시작되겠지 하는 마음의 준비를 해본다.
날씨가 워낙 더워서 물을 자주 먹었어야 했는데, 다행히 보급포인트가 아닌데도, 마을 사람들이 길가에서 수도꼭지 틀어서 물도 나눠주고 뿌려주고 하는데가 많았다. Col du Mollard시작하는데가 아닐까 하는 지점에서 그런 식으로 물을 채우고, 배번 받을 때 같이 주던 파워바 알약을 물에 타서 음료수를 준비하고 긴 오르막을 시작했다. 몰라드는 숲 속으로 계속 이어지는 헤어핀 코스였는데, 포장이 약간 부실해서 Villard de Notre Dame 가는 느낌이 좀 났다. 코스가 꺾일 때 마다 그늘이면 좀 살만하고, 해가 들어오면 푹푹 찌는 그런 날씨가 계속됐다.
정상까지 6km표지판 부터 시작해서 표지판이 나타났는데, 1km 남았을 때 곧 물 보급지점이라는 표지판이 나타났다. 헐 어떻게 된거지? 안내에는 Mollard 정상에 보급이 있다고 했는데... 진짜 물만 주는 정상에 도착하자 약간 걱정이 됐는데 일단은 내려가 보기로 했다. 능선 따라 좀 가다 보니 다시 마을이 나타나고 마을 광장 같은데서 음식을 많이 나눠 주고 있었다 할렐루야~! 일단 샌드위치랑 바나나, 과일등을 쳐묵쳐묵 하고, 파워바 부스에서 나눠주는 바랑 젤등을 왕창 챙기고, 물도 가득 채우고 한 숨돌리고 다시 출발했다.
능선을 좀 따라 가다가 좀 긴 내리막을 지나고 나니 Col de la croix de Fer 14km 표지판이 보인다. ㅎㅎㅎ 14km.... 크와드퍼는 1km마다 흰색, 노란색으로 된 표지석이 있었는데, 남은 거리 및 앞 1km동안의 평균 경사도를 보여준다. 근데 초반에는 4%~5% 정도의 약한 경사만 있어서 제법 편하게 올라갈 수 있었다. 하지만 6km 지점부터 경사가 슬슬 올라가더니만, 곧 마을이 나타나고 또 보급지점이 있었다. 보급품으로 다시 주머니를 채우고, 샌드위치도 먹고 마을 오르막을 슬슬 오른다.
이제는 저 멀리 산봉우리 쪽에 길이 보이고 사람들이 꼬물꼬물 움직이는게 보인다. 참 사람이 많은 대회인것 같기는 하다, 그래도 느낌 상으로는 생각보다 여자가 50:1 정도 비율로는 있는것 같고, 디스크 브레이크 쓰는 사람이 100:1 정도 있는거는 같은데, 동양인은 한 명도 못봤다 ㅋㅋ. 가다보니 어떤 할아버지가 Are you Japanese? 라고는 하던데 Korean이라고 해주긴 했다.
크와드퍼를 오르다 보니 어느덧 나무가 사라지고 산봉우리와 초원만 있는 풍경이 되었다. 마지막 4km정도는 경사가 제법 되고 헤어핀도 급하다. 그래도 여기만 넘으면 부르드와장까지는 거의 내리막이고 그러고 나면 알프듀에즈만 오르면 되겠지... 하면서 마음을 다잡는다.

Marmotte  7

오르다 보니 Photobretton에서 사진도 찍고 있어서 살짝 시선 처리도 해주고 하다 보니 드디어 정상 ㅠㅠ. 크와드퍼 표지판 앞에서 사진도 찍고, 음료수도 또 채우고 이제는 긴 내리막 시작이다.
호숫가 까지 시원~한 다운힐을 하고, 다시 댐까지 약간의 오르막(ㅠㅠ)을 해준 다음에 다시 끝도 없는것 같은 내리막 시작이다. (다음날 뒷 목이 다 뻐근하더라.) 근데, 두 번째 골짜기 부분 헤어핀에서 급하게 돌리다가 앞바퀴가 슬립이 나서 오른쪽으로 낙차하고 말았다. 바로 뒤에서 어떤 아저씨가 Are you ok brother? 라고 해주는데 살짝 웃겼다.
속도가 빠르지는 않아서 크게 다친것 같지는 않았는데, 여기 저기 까졌고, 체인이 빠졌다. 체인이 단번에 안끼워져서 길가에서 좀 낑낑댄 후, 상처에 물을 뿌려 좀 씻어내고 일단 다운힐을 계속 했다. 가다보면 의료텐트라도 나오겠지...
알몽 호수도 지나서 올 때와는 약간 다른 길로 주 도로에 진입한 후 부르드와장 가는 길에 접어들었다. 평지라서 좀 그룹이 생겼으면 했는데,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섞여있어서 속도가 안난다 ㅠㅠ 올 때랑 마찬가지로 적당히 힘을 아껴가며 마을 도착했고, 알프듀에즈 초입 로터리 부근에 가니 보급과 의료텐트가 있었다.
보급은 물이랑 젤 챙기고, 의료텐트를 갔는데, 영어가 되는 사람이 없다 ㅠㅠ. 대충 바디랭귀지로 다친데 소독은 했는데, 뭐 따로 붕대를 감거나 후속조치는 안해주고 딴데로 가버린다. 그냥 가야하나? 하다가 에라 모르겠다 하고 일단 출발.
다친 이후로 아드레날린이 좀 넘쳐서 부왁부왁 밟을 수 있었는데, 출발하고 1번 코너 중간쯤 가다보니 벌써 엔진이 꺼진다 ㅋㅋㅋ 하긴 벌써 160km 넘었고, 누적 상승고도가 4000이 넘은 상태. 그래도 벌써 세 번째나 와보는 알프듀에즌데, 대충 분위기는 알고 있지.
첫 번째, 두 번째의 힘든 코너와 짧은 세 번째 코너를 지나고 좀만 가다보면 La Garde에서 다시 물 보급이 있다. 물을 마시는것 뿐만 아니라 뿌리는데도 많이 써서 그새 한 통을 채워야 했다. 다섯 번째 코너 지나면 약간 경사도는 죽는 느낌이라서 꾸준히 간다고는 가는데 파워는 100W가 될랑 말랑. 그나마 헬멧을 벗어서 스템에 걸쳐놓느라 파워는 이제 보지도 못하고 가고 있다. 코너 숫자를 하나 하나씩 줄이다 보니 어느덧 한자리 수가 됐고, Huez 마을을 지나서 저 멀리 알프 듀에즈 마을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제는 제법 공기도 선선해져서 조금씩 컨디션이 살아나는 느낌?
4번 코너 지나서 마모트 상을 지나고, 제일 경치가 맘에 드는 3번 코너를 지나고, 뽀또쁘레똥이 상주하는 2번코너도 지나서 1번코너부터는 댄싱~. 전에 없던 파워로 사람들을 마구 제치고 가는데, 주위에 사람들이 환성을 해주니 없던 힘도 마구 난다. 근데 평소 타임 체크 포인트 지나도 아무것도 없다? 인포메이션 센터 굴다리 지나서 중간 거리로 턴을 하고 이제 슬슬 댄싱 약발이 떨어져 갈려고 하는데 게이트가 보인다!

Marmotte  1 Marmotte  2

게이트 통과하고 가민 버튼 누르고 나니 이제 좀 한숨을 돌릴만 하다. 폰을 꺼내봤더니, 와이프는 한참 전 부터 기다리고 있었다다네. 도착 예상 시간을 너무 일찍 잡았었나 ㅠㅠ. 그래도 어찌 어찌 만나서, 파스타 티켓으로 파스타 받고, 칩 반납하고 기록증 받고 나니 8시간 7분대로 들어와서 Brevet d'Or, 금메달을 주네? 비계측시간 다 합하면 10시간 넘어서 별 기대를 안했었는데 이게 웬 떡인가. 원래 칩 반납하면 주는 10유로로 티셔츠를 사버렸는데, 아까워서 10유로 더 추가해서 금메달을 받기로 했다.

Marmotte  8

인증샷 찍고 숙소로 가면서 약국에 들러서 아까 낙차로 생긴 상처 치료할 약좀 하고 숙소로 향하면서 흥분된 마음을 차차 진정시키고 일단 씻고 꿀잠을 자려고 하는데... 상처가 조금 쓰라리다 ㅠㅠ. 이제 내일이면 여길 떠나야 된다는 생각에 조금 아쉬움이 든다.

댓글

가장 많이 본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