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무주 그란폰도 후기
벌써 세 번째 참가하는 무주 그란폰도다.
코스도 웬만큼 알고, 내 몸 상태도 알기에, 나름 목표를 가지고 타려고 했다.
1회 대회는 완주한 거에 의의를 두었고 기록은 6시간 40분대
2회는 나름 열심히 뛰어서 5시간 51분.
올해는 작년보다 파워는 쪼~금 더 나오고, 체중은 2kg줄었으니 기록을 얼마나 단축시킬 수 있을까 고민해 보니, 5% 정도는 시간을 줄일 수 있을것 같았고 산술적으로는 5시간 33분 정도 나오리라고 예상이 되었다.
약간의 여유를 두고 5시간 30분대를 목표로 두기로 결정.
기타 변수들을 따져보자면 기변으로 인해 프레임은 좀 가벼워 지고, 알루 로우림으로 타기로 해서 바이크 무게는 비슷.
날씨는 작년은 6월 8일, 올해는 22일 (무려 하지 다음날!) 약간은 더위가 걱정된다.
(하지만 폭염주의보가 내렸던 1회 대회보다는 양호하겠지...)
대회 2주 전 부터 훈련할 때 토크를 주는 인터벌을 좀 넣었더니, 무릎이 삐걱거렸다.
아무래도 클릿에 플로팅이 더 필요한 것 같아서 스플 페달로 과감하게 교체.
장거리를 앞두고 하면 안되는 짓 이지만. 그 다음 주 양양 대회 준비를 위해서, 과감하게 무주에서 실전 테스트를 해보기로 했다.
토요일 오전에 팀 원이랑 같이 로라 타면서 최종 피팅을 손보고 저녁 먹고 무주로 출발.
(상세한 피팅 내용은 길어지니 다른 포스팅에 해야겠다.)
저녁 늦게 가서 그런지 집에서 무주 IC까지 1시간 40분 만에 도착~
숙소는 적상산 입구에서 1km 정도 떨어진 한적한 모텔로 잡았다.
시설은 솔직히 허름하지만. 주차장도 넓고, 골인한 후 쉽게 올 수 있고 한적하고 조용했다.
다음 날 대회 끝나고 샤워할 수 있게 체크아웃을 2시까지 연장해 주시기도 하셨음.
(부귀파크 사장님 감사합니다~)
준비물들: 주머니에 넣고 갈 파워젤 3개, 에너지바 1개, 리커버리 2봉, 아침에 사용할 테이핑, 선크링, 패드크림
숙소 와서 배번 달고, 칩 달고, 준비물 준비하고 잠을 잘랬는데...
요새는 대회때 마다 잠이 안온다 -_-;;
나이 들어서 그런가, 잠자리가 바뀌면 잠이 안오네 후~
중간 중간 월드컵 축구도 보다가 하면서 5시 반 기상.
빵, 햄, 누텔라 등으로 배를 채우고, 상태 안좋은 오른쪽 무릎에 열심히 테이핑.
대회 때 다른데 문제는 생겨도 오른쪽 무릎은 멀쩡했던걸 보니 나름 효과가 있었던듯 하다.
(사실 오른쪽 무릎 빼고 온 몸에 문제 발생 ㅠㅠ)
물은 한 통은 Gu brew, 나머지 통은 반만 생수로 채웠다.
보급소 음식이 충분한 대회이기 때문에, 파워젤 3개랑, 출발 전 먹을 뉴트리션 바 하나만 주머니에 넣었다.
차는 숙소에 두고 등나무 운동장으로 출발~
근데 공기압 체크도 안하고 갔었다... 출발 직전에야 그 사실을 깨달았지 -_-;;
그래도 토요일날 체크를 했으니 이상은 없었겠지? ㄷㄸㄷ
숙소에서 등나무 운동장 까지 샤방샤방 셀카질 라이딩
등나무 운동장으로 가니 사람들이 바글바글~ 하다.
출발선 근처에서 기다리다가 김익환씨 발견. 알콘이 안부를 물었다.
(꼭 한 번 보고 싶다 알콘아~ 하악 하악.)
약간 뒤쪽에 팀 젤리벨리(임자매)가 보이길래 가서 인사.
임쓰님은 나중에 결국 또 보게 됨.
전통대로 7시에 칼 출발.
올새는 영동군, 김천군 경찰에서도 협조를 해준다고 했고, 연설만 들어도 대회 규모가 많이 커진 느낌이다.
용화재 입구까지는 꾸준히 퍼레이드지만, 사람들 사이로 슥슥 지나가며 선두권 쪽으로 접근한다.
중간에 병목 구간이 있기 때문에 사고가 겁나서...
잠깐 날 찾는 소리가 들려서 돌아보니 병희 같다. 화이팅 한 번 해주고 계속 앞으로.
용화재 전 낙타등 구간에서 BMC로 기변한 피기님 발견. 인사하니 고양이 사진 잘 보고 있다는 대화를 주고 받았다.
나중에 이 이야기를 와이프한테 해주니 '좋은사람 같네.' 라고... 여러분 이것이 애묘인이 사람 평가하는 기준 입니다~
용화재 시작. 날씨도 서늘하고, 공기도 좋고 몸 상태도 좋아보여서 으쌰 으쌰 오른다.
기록 단축하려면 이정도 페이스는 유지해야지~ 라고 생각했었지만.
그것은 커다란 오산이었습니다 ㅠㅠ
용화재 구간 평군 파워는 무려 ftp 110% 도 넘어서는 오버페이스였다.
정작 남한테 조언할 때는 첫 두 고개에서는 절대로 역치 넘기지 말라고 했었는데 ㅠㅠ.
보라색 파워 그래프를 보면 초반 오버페이스가 확실히 보인다.
용화재 다운힐은 매년 사고가 났었던 구간이었지만, 올해는 어쩐지 조용한 듯 했다.
(후미에선 어떤 일이 생겼는지 모르지만..)
우두령에서 낙차한 분 봤고. 부항령에서는 앰뷸런스 봤고, 마지막 적상산 다운힐에 한 분이 크게 다쳤다고 들었다. (쾌차를 빕니다.)
만주지산 휴양림을 지나서 이제 도마령으로.
대충 그룹 속도에 맞춰서 으쌰으쌰 오르는데 역시 오버페이스. ftp 105% 파워를 30분이나 써버렸다.
물을 한 통 반 들고 출발했는데, 정상 보급소에서 또 남았다. 내년에는 700ml 한 통만 준비해 볼까나?
도마령 보급소 직전의 "아, 물이 남았어~" 라는 표정
파워에이드 한 통, 생수 한 통 채우고, 먹고 마시고 쑤셔넣고 출발~
도마령 부터 우두령 초입까지는 코스 중에서 가장 긴 내리막-평지 구간이다.
이 구간에서 그룹을 놓치면 기록이 크게 깎일 수 있을것 같아서 다운힐 끝나고 앞그룹에 붙이려고 좀 밟았다.
붙인 그룹 안놓치고 우두령 까지 쭉 간건.... 대회 성격의 라이딩이라면 분명히 잘한 판단이었지만, 이번 기록을 보면 글쎄...
용화재, 도마령에서 파워를 아꼈었다면 괜찮았을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우두령은 참 은근한 오르막이 계속되는 구간. 파워는 이제 딱 ftp.
몸은 참 정직하다. 무리하면 바로 바로 신호를 보내 주는데 그걸 캐치 못한 내가 잘못.
마산령 하고 보급소 까지는 그래도 ftp는 내주면서 통과할 수 있었다.
이제 부항령 구간으로 가는데.. 슬슬 해도 올라오고 해서 더위로 지치기 시작하는 시간이다.
출발한 지는 3시간 무렵이 되어가고.. 올해 3시간 이상 무정차 라이딩은 안했었는데... 급격히 파워가 떨어지는게 느껴진다.
뒤에서 임쓰님이 따라붙어서 인사하고 잡담하며 설렁설렁 오르기 시작했다.
덕분에 지루하고 멘탈에 금가기 쉬운 부항령을 그나마 쉽게 넘길 수 있었다.
코스에 대해 이야기 나누다가. 임쓰님이 오두재 입구까지 끌어달라고 부탁을 한다.
내 상태도 좀 별론데 ㅠㅠ. 그래도 앞쪽의 여성분은 압싸의 자몽님 뿐인것 같고 임쓰님은 여성부 2위로 추정되는 상황.
어차피 망한거 여성부 포디엄이라도 만들어 보자고 하고 딜을 걸어본다.
포디엄 올라가면 주는 무주 머루 와인 한 잔 받기로 딜 하고, 바나나 하나 나눠주고, 마지막 불꽃을 활활 ㅠㅠ
부항령 다운힐에서 잠깐 기다려 주다가 평지 및 은근한 오르막 구간에서 열심히 끌면서 두 세 사람을 제치고 오두재 입구에 도착.
1회 대회때의 데자뷰가 떠오른다. 그때도 우두령, 부항령에서 내 뒤에 붙어있던 cnf 랭 님이 오두재에서 날 버리고 가더니만 여성부 2위를 했었지...
임쓰님께 꼭 2위 차지하라고 화이팅 해주고 이제 페달을 놓았다 ㅠㅠ.
오두재 평균 파워는 ftp 75% ㅋㅋㅋ 막상 최대 파워를 낼 구간에서 망함.
끌바만은 피해야지 하는 의지로 지그재그로 오두재를 기어 오른다.
3년째 공사중인 콘크리트 구간.. 내년에는 새 길이 좀 뚫릴려나? 그래도 끌바 없이 파워 통과.
테이핑 잘 두른 오른쪽 무릎은 괜찮은데 슬슬 왼무릎에 입질이 온다.
무릎 각도에 신경 쓰며 조심 조심 오두재 정ㅋ벅ㅋ
보급소 들어오는데 슬슬 쥐가 나려는 느낌이 온다 ㅠㅠ.
미리 준비한 리커버리 두 봉지를 물에 타서 마시기 시작한다.
바나나랑 과자도 열심히 챙기고 이제 다운힐 거거.
설천면 들어가며 4~5명 가량의 그룹이 형성됐고. 적상산 입구까지 쭉 갔다.
적상산.. 아 이제 슬슬 쓰기도 지친다.
코스 자체는 참 좋은데.. 매번 털린 상태로 오니 ㅠㅠ
언제 한 번 차타고 와서 적상산만 타봐야지 다짐하지만, 기회가 마땅찮다.
옛날에 대전에서 자전거 탈 때 한 번 와볼껄 ㅋㅋ
옆쪽에서 빨간 져지 입은 얼굴이 앳되보이는 사람이 나를 추월하려는 의지를 보인다.
안돼 이넘아~ 하는 느낌으로 케이던스를 올리며 뿌리쳤다.
잠시 있으면 또 따라붙고, 그러면 또 떨궈내고.
이렇게 150W 짜리 병림픽을 하면서 적상산을 올랐다 ㅋㅋ
작년에 메디오 폰도 시작하면서 부터 메디오 참가자 후미를 잡아내며 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끌바하는 사람을 기어가는 자전거 속도로 간신히 추월하는걸 옆에 보면 이렇게 웃기는 광경이 없다 ㅋㅋ
적상산 터널 지나서 안내하는데 서있다는 지욱이 한테는 12시 20분에 간다고 큰소리 떵떵 쳐놨는데,
12시 40분에나 지나친듯 하다.
터널 지나서 있는, 적상산에서 가장 가파른 구간을 지나치고 나면 이제 정상이다 ㅠㅠ.
가민을 보니 5시간 50분 안으로는 들어올 것 같다. 그나마 다행?
비루한 기록 ㅠㅠ
온 몸이 소금밭
드디어 골인~ 한 숨 돌리고 바로 완주증 받고, 기념져지 받고 만사 귀찮아서 바로 내려간다.
올해 기록은 5:49분. 작년보다 2분 줄이긴 줄였다 ㅋㅋ
내려가는 길에 경진이도 보고 익선이도 보고 아는 사람만 화이팅 해주면서 설렁설렁 다운힐.
(작년에는 막 기분이 업되어서 화이팅~ 화이팅~ 해주면서 내려갔는데 ㅠㅠ)
올해는 사고 소식도 들리길래, 블라인드 코너에서 소리치면서 조심 조심 내려갔다.
적상산 입구에서 남들 다 좌회전 할 때 혼자 우회전 해서 1km만에 숙소로 슝~
숙소 진짜 위치는 환상적인것 같다. 내년에 온다면 또 와야지 (숙소 시설 안깔끔해도 되는 사람은 부귀파크 추천 ㅋㅋ)
내년에도 또 온다면(?) 구간 별로 목표 파워를 가민에 넣고 타야겠다.
목표 파워 넘으면 경고가 울리게 해야 오버페이스를 안하든지 하지 ㅠㅠ
내년도 내년이지만, 당장 다음 주 양양대회도 걱정이네.
얼른 회복 해서 양양대회 준비나 해야겠다.
후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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