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무주 피나렐로 그란폰도 후기
전날 오후에 넉넉하게 시간잡고 도착. 덕유산사계절레저문화센터에서 배번 수령하고 있으니 피기님이 보인다 ㅎㅎ. 내일 욕 많이 듣고 수명 연장 하실려나?
숙소는 무주호 옆의 민박필 나는 허름한 펜션이었는데, 어차피 혼자 잠만 잘거라서.. 무주읍내로 가서 간식꺼리랑 아침 먹을거 쇼핑 하고 잠깐 자고 일어나고. 자전거에 칩 달고 배번도 져지에 달고, 행동식 챙겨놓고 준비 완료. 마사지 하고 자고 5시에 일어날 준비를 해둔다.
5시 기상. 빵과 햄, 우유, 누텔라로 아침을 먹고 미리 미리 경량화. 시간은 넉넉하게 잡아놨지만. 준비하고 운전해 가서 주차까지 하고 나니 출발시간이 빠듯하다. 전날 미리 와두길 잘한듯.
잠깐의 축사 타임 이후 출발. 작년의 경험이 있기에 페이스 조절에 중점을 두고 용화재 까지는 워밍업 하는 느낌으로 케이던스를 올려 살살 간다.
올해의 목표는 크게 두 가지. 일단 오두재에서 끌바 없이 가는 것과 작년 6시간 40분의 기록을 단축해서 5시간대에 들어오는 것.
약간의 낙타등을 지나서 드디어 용화재 시작. 아직은 몸이 둔한 느낌도 있고, 페이스 조절을 위해서 사람들을 쭉쭉 보내주고 슬금슬금 오른다. 코너에서 보이는 정상 부근에서는 벌써 사람들이 슝슝 지나가고 있네? 아마도 선두그룹이 아니었을까 싶다. 용화재 다운힐은 작년에도 사고가 많이 나서 안내방송에서도 주의를 많이 주던데, 올해는 적어도 내가 보는 한에서는 별 일 없이 다들 내려간 듯 하다. 다운힐에서 몇 명을 지나쳐서 도마령으로 고고~
도마령은 상승고도도 제법 되고 길이도 길어서 나름 첫 번째 고비라면 고비인 업힐이다. 오르면서 몸이 좀 풀리는 느낌이었으나 애써 억누르며 페이스를 유지한다.
작년에 없었던 파워미터를 보면서 200W 이하로 파워를 유지하며 천천히 오른다.
날씨가 작년보다는 서늘하고 구름도 조금 껴서 그런지 도마령 정상 첫 번째 보급 포인트에서도 물이 한 통 가까이 남았다. 서둘러 게토레이를 담고, 작년에 맛있게 먹었던 켈로그 크리스피 라이스 뭐시기를 주머니에 쑤셔넣고 바나나도 주머니에 넣고 콜라 흡입 후 빠르게 출발~
도마령 다운힐은 속도 내기 좋은 코스라서 86km까지 속도가 쭉쭉 난다. 사람들을 조심조심 추월하면서 내려가는데 경사가 좀 덜해지며 팩이 만들어 진다. 우두령까지는 거리가 좀 되니까 팩에 묻혀서 가기로 하고 선두의 3~5명 로테이션에 끼어 같이 속도를 내본다.
달리면서 뒤쪽에서는 바나나를 까먹으며 계속 보급 보급~
다리 지나서 우회전 우두령 초입까지 약한 오르막이 시작 되는데 팩의 페이스가 제법 빠르다. 잠시 고민하다가 빠져서 과자를 까먹으며 페이스 유지를 하기로 했다. 같이 돌리던 작년 지로 핑크져지 입은 분이 '수고하셨습니다~' 라고 해줬는데. 결국 적상산에서 다시 만나서 나보다 늦게 들어온거 보면 괜찮은 선택이었던걸지도 ㅎㅎ.
우두령은 완만하지만 길고 지루한 오르막이라 옆에서 코스 물어보던 mtb타시던 분하고 잡담도 하면서 꾸준히 올라준다. 내년에 기록을 좀 더 줄이려면 우두령에서의 평속을 좀 더 올리는게 좋지 않을까 싶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가다 보니 어느덧 정상의 생태보전 터널이 보이고 바로 다운힐~
우두령을 내려와서 급 우회전 하고나면 마산령까지 경사가 좀 있는 낙타등이다. 우두령의 낮은 경사에 익숙해져 있다 보면 약간 힘들 수도 있는 경사지만 꾸역 꾸역 올라준다. 이시간쯤 되니 햇볕이 강해져서 어쩔 수 없이 역주행으로 길가의 나무그늘에서 더위를 피하며 올라준다 ㅠㅠ 그래도 차가 거의 없어 큰 위험은 없는 편.
살짝 있는 봉우리를 지나 약간의 다운힐 후에는 제 2 보급소. 역시 비슷한 메뉴로 져지 주머니를 채우고 있으니 성렬형님도 만나고 어진씨도 만났다. 어진씨는 어제 쿨번크림 가져다 주기로 했는데 끝내 아침까지 못만나버렸다 ㅠㅠ.
보급소 이후에도 마산령 정상까지는 좀 더 업힐이 있기 때문에 보급식을 많이 먹지는 않고 일단 다 주머니에 넣고 출발~
마산령 정상까지는 역시 그늘 찾아다니며 꾸역 꾸역 올라주고 정상을 지나 다시 시원한 다운힐~
드디어 작년에 더위에 녹았던 부항령이다. 그나마 올해는 좀 덜 덥기는 한데, 땀이 뚝뚝 탑튜브에 떨어지는 건 똑같네 -_-;; 마침 오토바이 타고 지나가시는 분이 목덜미에 물을 뿌려주신다. 휴~ 살것같네. 내년에는 주최측에서 부항령 중턱쯤에 물뿌리는 시설이라도 해주면 참 고마울 것 같다.
부항령 정상의 삼도봉 터널이 보이는 곳 까지 가니 계측구간이 또 있다. 부정 행위자를 거르기 위한 건가? 어쨌든 길 가로 계측구간 지나서 시원~한 삼도봉 터널을 지난다.
부항령 다운힐에서 최고속도를 기록하고 이제는 대망의 오두재로.
저수지 지나서 오두재 들어가는 급코너로 올라가니 바로 뒤에 성렬형님이다! 인사 나누고 잠깐 이야기를 나누며 가다가 보내드린다 ㅠㅠ 하지만 작년의 경험으로는 마을회관까지는 힘을 아껴둬야 하기에 풀이너에 갈지자 신공으로 페이스 유지~
땡볕의 오두재를 오르고 있으니 클릿 빼고 끌바 하는 사람이 한 둘 생기기 시작한다. 나도 작년에는 저랬었지 ㅠㅠ 하지만 올해의 나는 다르다~!
드디어 마을회관이 나오고 급경사 구간 등장. 또 클릿 빼는 분을 지나치며 영차영차 올라가기 시작. 아직은 페이스가 괜찮다. 오르다 보니 경사가 조금 약해지지만 곧 빨래판 급경사가 시작된다는 말이지~
드디어 빨래판 경사가 보이며 끌바 하시는 분들이 여럿 보이는데, 그동안 모아뒀던 힘을 쓰며 댄싱 댄싱~ 빨래판 구간 둘을 무사히 끌바 없이 지나쳤다. 크하하 첫 번째 목표 달성~
공사구간 지나서 올라가고 있으니 앞에 성렬형님이 다시 보인다. 25t로 오두재에서 힘을 너무 빼신 듯. 이 때 아니면 언제 성렬형님 제쳐보나 싶어서 지나가서 마지막 보급소로 돌진~
참 경치가 좋은 오두재지만 기록 단축을 위해서는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ㅠㅠ 다음에 투어 와서나 좀 쉴 수 있으려나…보급 마치고 자전거를 빼려는데 캐논데일의 환걸씨랑 마주쳤다 ㅎㅎ. 자전거 자리를 내어주고 출발~
오두재 다운힐이랑 무주리조트 앞을 지나서 설천터널 다운힐, 적상산 입구까지는 쭉~ 독주 모드다. 몇 몇 사람을 지나치긴 했지만 이미 퍼지신 분 들이라 도움이 안되는 것 같아 그냥 지나침. 적상산 입구까지 기록을 보니 딱 5시간! 좋다~ 이 페이스라면 목표 달성 가능할 것 같다.
오르막을 오르기 시작하는데 벌써 내려오는 사람들이 보인다. 헐~ 벌써? 라는 마음이 들었는데, 배번이 다들 3000번대다. 아~ 메디오 폰도 참가자들이겠구나 싶었지만. 알고보니 이미 1등한 이형모씨는 골인하고도 30분이 지난 시간이다. ㄷㄷㄷ
적상산을 오르고 있으니 좀 파워가 떨어져서 160W 밖에 안나온다 ㅠㅠ. 살짝 기록 걱정이 되기 시작하는데~ 어느덧 성렬형님이랑 또 만났다 ㅋㅋ 또 보내드리고 호흡 조절하며 계속 오르고 또 오르고…
오르다 보니 경사가 약해지며 드디어 터널이다.. 드디어 끝이 보이는구나~ 하지만 헤어핀 급경사 구간도 3 개나 남아있다는 사실~
아까 인사드렸던 작년 핑크지로 입으신 분이 페달쪽에 문제가 있는지 끼익끼익 소리를 요란하게 내며 뒤에서 추격중이시네? 하지만 이제 마지막 헤어핀, 남은 힘을 짜내어 최후의 댄싱~
드디어 경사가 끝나고 골인구간 까지는 평지. 져지 지퍼를 올리고 고글을 쓰며 카메라를 의식하며 골인~
잠시 숨을 돌리고 완주 기록을 확인하니 5시간 51분. 목표는 초과 달성했다 ㅋㅋㅋ
먼저 들어온 성렬형님과 익선이를 만나서 잠깐 인사 하고 바로 다운힐로~ 역시 많이들 올라오고 있는 사람들이 있어서 화이팅 해주며 천천히 등나무 운동장으로~
받아온 완주증으로 티셔츠 받고, 샤워하고 식권으로 대충 밥을 먹었다. 작년에도 그랬었는데, 도통 밥에서 맛이 느껴지지 않는다. 달고 자극적인 걸 많이 먹어서 그런가? 어쨌든 정말 힘들 때는 혀가 둔감해진다.
1회 때 보다 참가비가 올라서 고민이었지만, 나름 목표도 달성하고 보람찬 라이딩이었던것 같다. 내년에는 좀 여럿이서 와서 즐겁게 탈 수 있으면 좋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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