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설악 그란폰도 후기

2015 Giant 설악 그란폰도 후기

작년에는 하는줄도 모르고 지나갔었지만, 올해는 팀원들과 함께 가게 되었다. 사정상 못가는 사람 빼고 해서 총 6명이 함께 1박하고 출전. 먼저 도착한 익선이가 배번을 대신 받아줘서 밤에 미리 준비해 놓고 갈 수 있었다. 쌩유.

아침 5시에 일어나서 오트밀 먹고 준비하고 했는데, 경량화 하다가 좀 중간에 끊긴 느낌이... 나중에 후회하게 된다. 상남면에 차 대놓고 준비하는데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다. 동네 주민은 안보이고 자전거 타는 사람만 사는 곳 같다.

예상은 했었지만, 너무 춥다 ㅠㅠ 질렛 하나 입었고, 토시를 해야 되는 날씨인데 곧 더워질 예보라서 좀만 참아보기로 하고 어떻게든 햇빛 비치는 곳에 서있었다.

7시쯤 되어서 출발선에 대기하고, 드론에 손도 흔들어 주고 하면서 출발~ 그런데 퍼레이드 차량이 너무 느리네. 하지만 5km 지점에 공사 구간이 있어서 적절한 조치였던 듯. 그래도 추운데 속도를 못내니 몸은 식어만 가고 나죽네~

약간 뒷드 이너에서 변속 트러블이 있어서 잠깐 내려서 장력 좀 풀어주고, 다시 출발하니 조그만 팩들이 여럿 지나간다. 어차피 선두팩 잡을 생각은 없었기에 내 페이스 대로 설렁설렁 가면서 구룡령을 시작.

스크린샷 2015 05 25 오후 5 02 35

구룡령은 ftp도 안나오도록 설렁설렁 페이스 조절하며 올랐다. (194W) 그래도 오르다 보니 슬슬 체온이 올라 질렛 벗고 주머니에 넣어서 가다 보니 어느새 정상. 이제 첫 번째 업힐인데 벌써 40km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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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룡령에는 동부MTB, 디제노에서 사진 찍으러 나오셨다. 음, 죠브레이커랑 레이져 헬멧은 잘 안어울리는듯?

보급소에서 바나나 먹고 물좀 보충하고 바로 출발~ 다운힐 하다보니 좀 으슬으슬해 졌지만 20km짜리 다운힐이라 재미있게 슬슬 내려간다. 가다보니 현기랑 만나서 둘이서 로테 돌며 조침령으로~

시작하자 마자 10% 밑으로 떨어지지 않으며 20%까지도 나온다 -_-;; 참 겁나는 업힐이네. 그래도 아직 초반이라 열심히 32t의 힘으로 슬렁슬렁 힘 아끼며 올라간다. 조침령 시작까지는 그래도 지형이 일정했는데, 지나고 나니 계속 작은 업다운이 나오고 평지가 없네. 이름도 없는 업힐이 제법 빡시다.

싸리재인지 뭔지 긴가민가하게 업힐을 넘고 다운힐을 하는데 슬슬 배가 아프다. 아침에 장 처리를 잘 하고 왔어야 하는데 ㅠㅠ 한계령 들어가며 현기 먼저 보내고 옆에 보이는 휴게소 화장실로 황급히 들어가 해결하고 다시 출발했는데 200m도 안가서 2 보급소가 나왔다 -_-;; 현기랑 다시 만났지만 먼저 보내고 맡겨놓은 보급품도 찾고 리커버리 음료도 한 잔 타서 먹고 몸을 회복하다 보니 성렬형님이랑 승덕이도 만나서 안부 전하고 출발.

한계령쯤 가니 슬슬 덥기도 하고 파워가 잘 안나오는게 느껴진다. 계속 사람들에게 따이며 기어가다 보니 겨우 겨우 정상. 으아.. 아직 구룡령도 못갔는데 ㅠㅠ. 그래도 좋은 경치 보며 다운힐 해서 양양까지.

이제부턴 작년 MCT양양투어 가본 길인데... 낙타등 언덕도 두 개나 있고 끝도 없는 구룡령이 기다리고 있는걸 알고 있다. 낙타등 넘고 나니 10%랑 Triangle이 주도하는 팩이 슈퍼로 아이스크림 사먹으러 가버린다. 아직 구룡령 시작도 안했는데 보급을 해야 하려나?

고민하다 보니 현기가 길가 슈퍼에 있길래 만나서 잠깐 같이 가다가 나도 못참겠어서 다른 슈퍼로 슝~. 콜라 먹고 얼을물도 좀 챙기고 쉬다가 출발.

으아~ 구룡령... 오르막 시작하고 오르다 보니 현기는 떨어져 나가고, 얼린 생수를 옷 안에 넣어둬 체온도 식히며 물도 만들고, 조금씩 먹으면서 우째 우째 올라가고 있었다. 이쯤 오니 사람들이 잘 안보이는데, 보이는 사람들은 전부 나를 따고 지나간다 ㅠㅠ 성렬형님도 인사하며 슝~ 하고 지나가버렸음.

7km부터 남은 거리 표시가 바닥에 있었는데, 아무리 가도 다음 표지판이 안나온다 ㅠㅠ 매 km마다 붙인게 아닌가 싶었는데 가다보면 또 나오긴 하네. 도대체 얼마나 천천히 올라가고 있는거냐 ㅠㅠ (7~8km쯤으로 꾸역 꾸역 올라감)

끝이 안날것 같던 구룡령이 끝나고 마지막 보급소 도착. 바나나, 물을 허겁지겁 먹고, 자이언트에서 제공하는 보급주머니도 드디어 개봉. 파워젤 둘, 트레일 믹스, 크리스피 라이스, 네스퀵이 있었네. 네스퀵은 바로 마셔버리고, 파워젤은 다운힐 후 깔딱에서 먹을까 하며 주머니에 넣고 출발.

시원한 다운힐을 즐기려 했는데, 이제는 손목이 슬슬 아파서 드랍 잡기가 힘들다. 그래도 왼손은 괜찮아서 브레이크는 잡을만 했다. 끝내고 속도가 줄자 마자 나보다 늦게 출발한 성렬형님이 바로 따라붙었다. 좀 붙어갈까 했었는데, 나즈막한 언덕이 나오자 마자 바로 떨어졌다 ㅠㅠ 도저히 안되겠어서 바로 파워젤 빨고 나니, 뒤에서 10명쯤 되는 팩이 지나간다. 다행이 붙일수 있어서 나즈막한 다운힐-평지를 편하게 붙어갈 수 있었다. 그래도 아직 한 25km 남았네.

올 때 봤었던 깔딱고개가 나오니 팩 속도가 급격히 느려진다. 기어 올리고 케이던스로 열심히 굴리다 보니 어느새 내가 선두? 팩 사람들도 기운이 많이 빠진 것 같다. 다운힐을 먼저 시작했었지만, 역시나 평지 나오니 다시 팩이 지나가고 다시 묻어가기 모드로.

몸은 좀 편해졌지만, 여기저기가 아프다. 손목도 아프고, 발바닥도 아프고, 엉덩이도 아프고 ㅠㅠ 그래도 팩에는 붙어갈만한 파워가 남아있어서 조금만 참아보기로 한다.

골인지점에 다 왔는데 게이트가 출발 때랑 위치가 다르네? 운동장 진입로 경사 꼭대기에 만들어놔서 마지막 힘을 쥐어짜내며 골인~

그동안 여러 경기를 뛰어봤지만, 다음에 올까 말까 고민되는 레이스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피로도는 첫 무주 그란폰도 수준이었지만, 그때 보다는 많이 발전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너무 나 자신의 부족함을 느낄 수 있는 날이었다. 너무 힘들고 어려운 날이라 며칠은 푹 쉬면서 재충전이 필요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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